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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기 일지

2021.02.27 풋살 경기일지 (콩가루풋살팀에서 용병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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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네이버 블로그 글로 아카이브 성격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어제는 아쉽게도 소속팀 FC설레발의 경기가 잡히지 않아 부리나케 용병을 신청해서 경기를 참여했다

다행히? 구장은 현재 홈구장인 J풋살장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427-1

언제나 그렇듯 대부분의 매치는 6대6이다

첨엔 자체전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모르는 팀과의 매치전이었다

매치전은 승부욕파티인지라 자주 차기는 싫지만 용병으로 뛰는지라 할 수 없다

나는 무조건 경기전에 빨리 공돌리기(론도) 연습을 유도하며 우리팀이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는 지를 파악한다

그래야 못하는 사람한테 볼을 최소화시키면서 잘하는 사람한테는 볼을 연결해줄 수 있다

그래야 승률이 조금이나마 올라간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다. 못하는 사람한테 공평하게 볼을 주다간, 상대편에게 그대로 볼을 헌납하는 꼴이다)

1쿼터가 시작되고 공을 돌리며 슬슬 공격한다

일단 우리팀은 20대라고 해서 걱정만 기대반 이었다

확실히 20대는 체력이 좋다 한번 스프린트를 하고 나서 그 다음 회복하고 다시 뛰는 주기가 짧다

상대편은 30대로 보였다 하지만 패스나 볼을 다루는 기술은 상대팀이 나아보였다

편견을 갖긴 싫지만 그동안 용병을 뛰어보면 젊은 사람들이 확실히 탐욕비율이 높다
(생각해보면 나도 10대, 20대때 그런거 같다)

우리팀은 상대팀에 비해 패스보단 개개인의 드리블 비중이 높고 한사람 한사람에게 볼이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이 말은 판단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이 말인 즉은 공격전개 속도도 느리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폭탄은 터졌다

1쿼터가 끝나고 내가 속해있던 팀 선수들(친구들 이라고 한다)중 2명이 서로 쌍욕을 하면서 어깨빵하며 상황이 안좋게 흘러갔다

보아하니 20대 초반인가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25에 군필이라고 한다
(허나 요즘 군대가 ...군대려나..라떼는 말이야...)

나는 일단 용병주제 진정시키고, 최대한 장점을 부각시키며 희망이 있음을 일깨워줬다

상대가 팀플레이는 앞서지만 우리가 체력이 더 좋으니 희망을 갖자는 식으로..(나는 36이라 힘이 되어주진 못한다는 말은 생략했다)

2쿼터가 시작되었고 나는 우리팀에 나름 에이스로 불리는 선수에게 패스타이밍을 2템포 올릴 것을 부탁했다

내 기준에선 이 에이스도 너무 볼을 끄는 타입이라 우리팀에 왔으면 진작 아웃이다(아무리 잘하건 골을 넣건 상관없다 팀플레이 안하면 아웃이다)

하지만 나는 용병인 주제 거기까진. 선을 넘지 않기로 한다

최대한 명령보단 권유하며 플레이 했다

동네축구에서 제일 많이 해야하는 말은
공을 잡으면 서두르지 말라는 거다
제발...

옆에서 누군가 말리지 않으면 다들 공만 잡으면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무언가에 홀린듯 돌진한다

암튼 볼을 잡자마자 끌고가는 템포는 낮추고 대신 볼을 처리하는 템포는 올린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팀플레이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다지 골 욕심은 안나서 적당히 픽소 위치에서 6대6이다보니 좀 더 프리롤이 가능하다

후방에서 위치를 봐주며 콜플레이를 주로 했다
(차라는 공은 안차고 입으로만 공을 찼다)

몇번의 공수를 주고 받는 중 큰 격차를 느낀건
상대편은 파워플레이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었다

공격에서 수적우위를 점하고 들어오니 콩가루 조직력인 우리팀으로선 수비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파워플레이에 대처할 때는 기본적으로 맨마킹으론 안된다

조직적인 존디펜스에 적당한 맨마킹을 섞는 형태가 되야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수비전술이다 (계속 자기 수비범위를 체크하면서 선수도 어느정도 놓쳐선 안된다)

그러니 뒤에서 콜해주면서 위치를 잡아주기엔 상대의 패스가 도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래서 경기는 상대팀이 지배하고 우리는 역습으로 공격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총 8쿼터 정도로 진행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2~5쿼터까지는 상대팀이 공을 점유하면서 경기를 끌고 나간걸로 기억한다

여전히 우리팀 에이스는 같은 팀원들을 거의 못믿는 수준인지 충분히 줄 수 있는 위치였는데도 패스를 주지 않고

마지막 파이널 패스 위주로 줬다(얼마전에 동네축구 스타일중 싸비형에 가깝다. 킬러패스만 뿌리는 느낌)


문제는 후방에서 볼을 몰고 다니면서 킬러패스를 찔러주는데, 상대편도 어느정도 눈치를 챈건지 수비가 2명이 붙으면서 공을 뺏기는 것이다 그러면 바로 역습을 당하는데 거기에 패스플레이까지 더하니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당장 한마디 하고싶었지만, 그래봤자 이 경기에선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해 나는 차라리 공을 몰다 뺏기는 거면
전방에서 뺏겨라 라는 심정으로 에이스 선수에게 전방으로 올라갈 것을 권유했다

사실 그보다는 후방에서 같은 팀원들에게 방향이나 방법을 지시하는게 아니라, 자꾸 왜그렇게 차냐는 식으로 비난만 해서 그 소리 듣기 싫어서 답답하면 니가 해라 라는 식으로 전방을 권유한 거였다

근데 생각보다 전술변경은 성공적이었다?

그래도 나름 그중에서 제일 공을 많이 차서 그런지, 기본 능력도 속도도 슛팅도 나쁘지 않았다
(속도나 슛팅만으론 나보다도 나았다 판단력이나 이기심때문에 그렇지)

그러다보니 우리는 선수비 후역습으로 컨셉을 잡고 했는데

딱 선제골을 빨리 넣어버리니까 상대편은 더 조급한 느낌으로 무게중심을 앞쪽으로 가져다가 플레이를 하게 되고

우리는 그걸 뺏거나 실수를 노려서 골을 넣는 형태였다

거기다가 상대팀 30대와 우리팀 20대의 체력차이는 후반이 갈수록 심해져서 후반엔 거의 우리가 경기를 주도했다
(하...나도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앞으로 20대 팀하고 상대팀을 하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에이스가 몇골 넣더니 수비를 안하고 멀뚱멀뚱 바라보기 시작한다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어느정도 자기가 공을 세웠다고 생각하면, 팀에 헌신적인 마음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가뜩이나 같은 팀원들보다 더 잘하니 누구하나 그런걸로 콜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했다 거기서 수비 놓치면 안된다고
나머지는 다들 수비를 열심히하고 있으니, 본인도 너무 티가 나는지 싶어 수비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 경기에서 얻은 교훈은 그것이다

물론 팀원중에 에이스도 있고, 또 리더가 필요하며, 문제를 바라보고 지적해줄 수 있는 사람도 당연히 필요하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나도 팀에서 그런 편에 매우 가깝다)

다만 그런 리더는 오히려 더 헌신적으로 뛰어야한다 실력적으로도 당연히 팀원들에 비해서 나아야할 뿐더러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어서, 지적받을 만한 행동을 보여선 안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선수인가

이것은 사회생활이었던가..

암튼 그렇게 20대 젊은이들과의 한 팀으로 경기를 끝냈다

난 더 이상 말을 하고싶지 않았다. 내 팀도 아닌데 그렇게 말을 많이한 경기는 처음인거 같다


그리고 콜플레이는 경기중에 꼭 필요하다

다만 디테일하면서도 정확하게 콜해주는게 중요하다
그냥 마이볼을 외치거나 소리만 내는 정도로는 경기에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팀에서 전체적으로 콜을 해주고, 지휘할 수 있는 선수는 시야가 넓어야 한다

그래서 강제적으로 시야가 넓어지는 골레이로나 최후방 픽소 정도가 적당한 듯 하다

하지만 물론 선수들 간에도 콜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게 같은 편의 플레이를 비난하거나 아쉬운 소리를 내라고 하는게 아니다


그렇게 콩가루 풋살팀의 용병경기는 끝이다

앞으로 20대 풋살팀에 용병참여는 고려해봐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꼰대가 되어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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